감나무 한그루
감이 참 좋다
달콤해서 좋고 노을빛이라 좋다
홍시는 말랑해서 어르신들이 잘 드셔서 좋다
우리집에 감나무 한그루 있다
감꽃이 필 때부터 물 준 기억 밖에 없는데
바람이 흔들고 빗줄기 쏟아지고 참새소리스며
수많은 시간이 그 속에 잠겨 감빛으로 여물었나보다
세 번의 수술로 아픔의 자리에서
일상의 평범했던 것조차 못하고 지낼 때
성경타자 통독을 시작했다
손으로 읽는 하나님의 말씀
손끝으로 믿음의 조상을 따라 가느라
슬픔과 외로움을 성경 속에서 위로받으며
완독을 했다
주님의 손을 잡고 가는 참으로 감사한 날 들이었다
또 오월엔 틈틈이 쓴 시가 이달의 시인으로 추천되어
책에 나오기도 하여 감사했다
슬픈 날이 있으면 기쁜 날도 왔다
늦가을 되어 감 따는 날
앞집 뒷집에는 가치채 예쁘게 생긴 걸로 대문에 걸어주고
이웃 할머니들에게 감을 드렸더니 문자가 왔다
우리 황혼도 저렇게 고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감나무 한그루를 비우니 정이 찾아든다
나누는 사랑, 감사하는 마음도 이렇게 물들어 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