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감각을 가져야
“이래봬도 제가 예수입니다.” 왜냐고요? 예배시간 T.V로 중계되는 유아실에서 예배드리던 어린이가 식당에서 저를 만나고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제 앞으로 이끌고 와서 “예수님”이라고 저를 소개했으니까요. 그 어린이는 목사와 예수님을 아직 구분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지만 즐겁게 웃었습니다.
저도 주일예배때마다 유머를 자주 나눕니다만, 저 자신이 능청 떨지 못하고 먼저 웃어버려서 썰렁하게 만들거나, 시치미 떼지 못해서 전혀 우습지 않은 얘기가 돼버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유머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꼭하고 싶습니다.
유머란 다른 사람의 모자란 것을 비웃거나,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이웃의 약점과 실수를 보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뜻에서 유머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신다는 확신이 있기에 어떤 여건에서도 웃을 수 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 하나님께서 주관하고 계시다는 믿음이 있기에 웃을 수 있습니다. 유머는 하나님께 대한 신뢰의 표현입니다.
기독교신앙이 삶에 녹아있는 서양사람들의 영화에서 보면 전장에서 적군의 총탄을 맞고 피 흘려 죽어가면서도, 애통해하는 친구에게 “너 내 돈 언제 갚을 거냐? 집에 꼭 돌아가라. 그리고 돈 많이 벌어서 갚아줘.” 유머를 던지며 웃으면서 죽는 것을 봅니다. 유머는 두려운 순간에도 시선을 돌려 추억을 바라보게 하고, 일상의 삶을 절망에 허우적대지 않게 해줍니다. 신앙에서 유머가 녹아 나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장한 얼굴을 하고 신앙생활을 하거나, 이를 악물고, 싸움하듯이 사역에 대드는 사람을 보면 불안합니다. 언제 탈진해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웃으면서 여유 있게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를 용납하시고 사랑하시며, 보호하시는 하나님이 계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유머는 신앙인의 표지요, 교양인의 상식입니다. 유머를 가지고 일하고, 유머와 함께 사역을 감당하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믿음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되기 바랍니다.
2008-03-09 07:4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