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거만해지겠습니다.
거만해진다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도 불편하고 위압을 줍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반대 즉 겸손하게 허리를 숙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제가 거만해지겠다는 것은 무슨 굉장한 인물이나 되었다는 뜻이 아니고,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몇 주일 전에 손가락이 찌릿찌릿하고 팔뚝이 져려서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목디스크라고 합니다. 허리를 오래 굽히고 있거나, 목을 오랫동안 숙여 일하면 올수 있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는 쉬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뼈와 뼈 사이에 주사를 맞고 (주사를 무서워하지만 할 수 없이 견뎠습니다.) 의사선생님의 충고를 들었습니다. 요점은, 의자에 앉을 때도 허리를 꼿꼿이 펴고, 글을 쓸 때도 고개를 숙이지 말고 빳빳하게 세우라는 것입니다. 거만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혹 제가 길을 걸어갈 때 교만하게 보여도 너그럽게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건강을 위해서 거만하리만치 자세를 꼿꼿하고 당당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꼿꼿하고 당당해야 할 때가 또 하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귀와 씨름할 때입니다. 나 비록 연약한 존재이긴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유혹 앞에서는 거만하리만치 단호하고, 불의한 권세 앞에서는 당당하게 대적하며, 육신의 욕심에 대해서는 허리를 곧추세워 결코 비굴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입니다. 다음 주는 고난주간이기도 합니다. 이 기간이 세상에 대하여 당당한 그리스도인의 기개를 다지는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는 겸손과 온유로 섬기는 사람이 되고, 세상과 악한 영에 대해서는 꼿꼿하게 대적할 줄 아는 강인한 신앙인, 당당한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03-28 15: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