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똑같은 삶에 대한 감사
우리집 막내 딸아이는 똑같은 일 반복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예고 2학년을 다니는데 피아노를 반복해서 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피아노전공인 학생이 피아노 치는 것을 즐기고 좋아해야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을 싫어하면 어떡하나?) 그래서 부모 된 우리와 엄청 긴장관계였습니다. 매일 한랭전선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손을 들었고, 저 원하는 대로 전공을 바꿔주었습니다.
피아노에서 작곡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싸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매일 밤늦도록 작곡한다고 열심입니다. 밤새도록 해봐야 몇 마디 쓰지도 못하지만 신나라하고, 진도는 느리지만 매일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이 즐거운지 별로 힘들지도 않는 눈치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 못된 성품은 내게서 왔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비슷한 문제들을 반복해서 풀게 하는 수학시간이 지루했고, 매일 같은 친구, 같은 식구들과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몇 번씩이나 만난다는 게 싫었으며, 학교 교사였을 때는 똑같은 수업을 10번씩이나 해야 된다는 게 진저리 치도록 싫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는 매일 똑같은 삶이 지루한 게 아니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세월이 지나가면서 삶의 여러 환경에 놓여진 사람들을 보게 된 때문입니다. 치명적 질병에 걸려 사랑하는 자녀들을 남겨두고 떠나가야 하는 부모, 전쟁이 나서 집은 불타고 갈 곳 없어 헤매는 아이들, 사업이 무너져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사람들... 이러한 환경에 놓여진 사람들을 보면서 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소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똑같다고, 반복되어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 생활을 누리는 것 아니였을까?
매일 만나는 부모형제, 폭탄 떨어질 염려가 없는 잠자리, 일할 일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일까? 그래서 요즈음에는 매일 교회 나와서 새벽기도회, 심방, 설교, 성경공부, 전도, 각종 기도회 등 쳇바퀴 도는 듯한 반복된 생활이 다음 주도 또 다음 주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지루함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조건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매일같이 거듭 맛보는 기쁨을 주셨는데도 일상생활이 지루하다느니 권태롭다느니 불평했던 날들이 얼마나 죄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것은 불평할 일이 아니고 오늘도 똑같은 삶을 주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2010-11-20 17: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