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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치도록 그리운 아버지께 (남명모 장로의 글)

발음교회 2012-05-06 12년전  
사무치도록 그리운 아버지께
 
 
남명모
 
 송아지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새끼를 배게 되었고, 소가 새끼를 낳으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도라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지요. 아침소죽을 가지고 외양간에 다녀온 아버지는 깜짝 놀란 모습으로 소가 고삐를 끊고 달아났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차려놓은 아침밥도 드시지 않고 무작정 뛰어나가셨지요.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한밤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 이튿날 새벽녘에야 이슬을 흠뻑 맞고 돌아온 아버지는 얼이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송아지 데려올 때‘남녘 사람의 소’라는 말을 얼핏 들은 일이 떠올라 무턱대고 남쪽으로 뻗은 길을 따라가며 낯선 소 한 마리 못 봤느냐고 목청이 터지도록 묻고 또 물으며 가다 보니, 집에서 80 리나 되는 청하까지 내려가 용하게도 쇠전거리에서 우리 소를 찾았다 하셨지요.
 
소를 붙잡아놓은 패거리들이 소를 순순히 돌려주려고 했겠습니까. 두둑하게 사례를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었으나,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아버지는 그저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패거리들은 아버지에게 갖은 욕설과 협박을 했지만, 아무 것도 나올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결국 죄 없는 소의 머리통이며 궁둥짝을 사정없이 때려서 소에게 화풀이를 하고서야 돌려줬다고 했지요.
 
임신기간이 사람과 같은 소는, 청하에 갔다 온 뒤 이상 징후가 보이더니 분만 예정일이 한 달도 더 남아 있건만 산기가 있었습니다. 송아지는 뒷다리부터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넓적다리까지는 쉽게 나왔으나 그 이상 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버지는 소를 달래며 송아지 뒷다리를 잡고 살짝 잡아 당겼지요. 그때야 얇은 포대기에 싸인 듯한 물체가 땅에 툭 떨어지더군요.
 
송아지는 태어나면 뒤뚱뒤뚱 일어나 어미젖을 빨아야 정상이라고들 하는데, 나물자루 엎어지듯 넘어진 송아지는 꿈쩍도 안 했지요. 사산이었습니다. 만삭의 소가 그 먼 길을 걸어온 데다, 패거리들에게 매까지 맞은 후유증이었겠지요. 고개를 숙인 채 죽은 송아지에서 눈을 떼질 못하시던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날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습니다. 바위처럼 무표정한 아버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그 눈물의 의미를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덧 아버지 가신지도 30년이 넘었습니다. ...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치 않는 것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살아 숨 쉬는 아버지 당신의 그 눈물, 그 사랑입니다. 아버지! 당신께서는 상상도 못하셨을 풍요로운 세상에서... 이다지도 허기진 사람처럼 못내 허전한 것은, 아버지 당신이 사무치도록 그립기 때문입니다.
 
 
- 테마 편지쓰기대회(2011년 경인지방 우정청 주관)에서
  대상을 받은 남명모 원로장로의 글 중 일부 발췌-
 
 
전문은 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등재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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