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는 공평을 지키며 공의를 행하여라. 나의 구원이 가까이 왔고, 나의 의가 곧 나타날 것이다.’ (이사야서 56:1)
우리는, 신앙의 궁극적 목표이자 완전한 표상인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이 고난받는 백성 가운데 펼치신 하나님의 정의와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워 주시는 부활의 능력으로 완성됨을 믿습니다. 또한 억압과 굴종의 땅 애굽에서 탈출한 히브리 해방공동체가 40년 광야생활을 겪은 후 비로소 약속의 땅 가나안 땅으로 인도된 경험을 기억합니다. 오늘 우리는, ‘5.18 광주 민중항쟁’ 40주년을 맞이하면서 하나님나라에 더욱 다가가는 정의로운 한국 사회를 희망하며, 우리의 신앙을 이 성명에 담아 기도합니다.
1980년 광주항쟁은 불의에 맞선 민(民)의 항거였습니다. 정의로운 나라를 지켜내기 위한 거룩한 분노였습니다. 반공 이데올로기와 인간을 비인간화한 살육으로 권력을 장악하고자 한 신군부의 폭거에 분연히 일어선 숭고한 희생이었습니다. 전시와 다르지 않은 그 처절한 상황에서도 폭동은커녕 흔한 도적질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5월 광주공동체의 숭고한 윤리의식은 마치 하늘의 계시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각자의 생명과 맞바꾸며 더 큰 생명을 지키고 역사의 진실을 지키고자 피 흘리며 싸우는 시민군에게 자발적으로 헌혈하고 약재와 주먹밥을 나눠주던 광주 민(民)의 자발적인 동참은, 실로 대대로 기려야 할 민주공화주의의 모범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광주항쟁은 3.1만세혁명, 제주4.3항쟁, 4.19혁명, 부마항쟁 등 우리 근현대사에서 숱하게 일어난 민(民)의 혁명정신의 커다란 분출이었습니다. 공존과 상생을 향한 이 정신은 1987년 6월항쟁과 2018년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를 민주공화국으로 일궈온 민(民)의 공동체적 저력이었으며,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광주항쟁 4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그 뜻을 계승하기 위함이요, 그것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동력임을 또한 믿기 때문입니다.
5.18 광주항쟁의 고결한 희생으로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는 신군부의 계엄군 투입을 최종 승인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 어떤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채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의 야욕과, 오키나와-일본-한국을 전초기지 삼아 중국과 소련에 맞선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합하여 광주학살로 결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한국사회는 한반도에서 민중의 해방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중대한 모순을 발견하였으며, 한반도 통일운동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총회는 광주항쟁을 계기로 ‘통일문제연구위원회’를 신설하였고(1983년), 그것은 문익환 목사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오늘날까지 통일선교에 매진하게 된 신호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5.18 광주항쟁이 남겨준 과제로서 화해와 상생의 한반도를 이루는 통일선교를 다시 한 번 결단하며 그 40주년을 기념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교회로 부르신 뜻을 늘 묵상합니다. 하나님의 의로써 우리가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시고, 또 우리를 세상에 파송하심으로써 정의롭고 거룩한 나라가 되게 하시려는 하나님과 함께, 우리는 오늘도 선교합니다. 오염된 연못에서 깨끗한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불의와 죄악이 가득 찬 세상에서 홀로 의로운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교회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의를 배우고,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세상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좇아서, 이 땅 위에 정의의 하나님나라를 실현하는 교회가 되기를, 마음을 다하여 기도합니다.
1980년 광주항쟁의 정신은 이 땅 한반도를 정의롭고 거룩한 나라로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계시였음을 믿습니다. 정의를 갈망하는 민주공화의 의식과 하나님나라를 소망하는 우리의 신앙이 한결같기 때문입니다. 공의를 지키며 공평을 행할 때 하나님께서 정의를 나타내시겠다(사 56:1)는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을 굳게 믿으며, 1980년 광주에서 크게 용솟았던 이 나라의 혁명정신을 ‘하나님 나라’의 희망으로 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