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몽골국제대학교 학생들과 한국에서 온 단기선교 팀과 함께 몽골의 서쪽 끝 바양울기라는 지역으로 선교여행을 갔다.
바양울기까지는 차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일주일이나 달려야 하는 길고 피곤한 여정이었다. 중간 중간 마을에 들러서 전도도 하고 예배도 드리는 등의 사역을 병행하며 차로 1,200킬로미터를 달리는 강행군 일주일 만에 우리는 마침내 바양울기에 다다르고 있었다.
때는 한밤중이었고 우리가 나눠 탔던 두 대의 승합차는 바양울기의 불빛을 내려다보며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타고 있던 차가 “촤악” 하고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며 내리막길 중간에 서버렸다.
차가 부드럽게 섰기 때문에 나는 그저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 줄로만 알았다. 문제가 있다면 타이어에 펑크가 난 정도의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차에서 내렸다. 바양울기까지 달려오면서 차가 오래되고 길이 험하다 보니 이미 수차례 타이어가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오른쪽 뒷바퀴 자리를 본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장면에 깜짝 놀라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타이어가 펑크 난 것이 아니라 아예 오른쪽 뒷바퀴가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바퀴를 찾으러 지금까지 온 길을 거꾸로 달려 올라가 보니 길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누워 있는 바퀴가 보였다. 그 바퀴 말고 다른 흩어진 부품들도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아낸 우리는 뒤따라온 일행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뒷바퀴를 다시 끼워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 수리를 하고 있는데, 한 지체가 이런 말을 했다.
“이야, 한국에서 달리는 차바퀴가 빠져서 차가 뒤집어진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진짜 바퀴가 빠지기도 하는군요.”
그 말에 십분 동의하며 “하하, 정말 그렇네요” 하고 웃어넘기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차가 뒤집어졌는데, 왜 몽골에서는 차가 안 뒤집어졌지?’
대답은 흙길이었다. 우리가 달리고 있던 길은 잘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닌 먼지 나는 흙길이었던 것이다.
만일 그 길이 아스팔트였다면 바퀴가 빠진 자리가 아스팔트와 긁히면서 차가 방향을 잃고 옆으로 돌아버리게 되고, 갑자기 옆으로 돌아버린 차는 앞으로 가려는 본래의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굴러버리게 된다.
공학을 공부한 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그런 계산이 나왔다. 달리는 차의 바퀴가 빠져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을 예비하시어 우리를 살려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팀원들과 나누었고, 여행길을 통틀어 처음으로 먼지 나고 피곤한 흙길을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우리 인생의 어려운 상황은 마치 몽골의 고물 승합차와 같다. 툭하면 고장 나고 문제를 일으키며 때로는 통제 불가능한 예측 불허의 승합차, 그리고 그 차를 타고 인생길을 끝까지 가야만 하는 우리의 운명은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은 분명 주님이 태초에 원하셨던 상황은 아닐 것이며, 우리의 죄로 인해 타락된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고 보살피시며 우리의 어두운 상황을 통해서도 선하게 일하시는 정말 멋진 하나님이시다. 우리 차가 낡고 헐었음을 아시고 흙길이라는 다소 불편한 환경을 통해 우리를 지켜주신 것처럼 말이다.
- 괜찮아, 그래도 널 사랑해, 이송용
† 말씀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 시편 46장1절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 시편 119편71절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 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나타내실 때에 너희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 베드로전서 4장12,13절
† 기도
통제 불가능한 예측 불허의 승합차를 타고 인생길을 달립니다. 비록 고난의 길은 힘들지만 주안에서 연단하며 훈련받겠습니다. 매일 새 힘 주시는 주님에 온전히 의지하며, 어느 도로를 달리든 주와 동행하는 인생길 되게 하여 주옵소서.
**출처: 갓 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