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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 비 - 남명모

발음교회 2017-01-31 7년전  

남명모

발음교회 원로장로

수필 춘추등단

수상 : 김포문학상(2007)

1회 경인지역 테마 편지쓰기대회 대상(2011)

봄 비

남명모

 

입춘이 막 지난 뒤에 내린 봄비는 한기가 나도록 차가웠다. 이른 아침 그 비를 맞으며 영덕에서 안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황장재를 넘어 약수터 마을을 막 벗어나고 있을 때였다. 버스 뒷자리에서 초등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가방을 귀엽게 멘 여자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뭐라고 소리쳐 댔다. 워낙 다급한 소리라 잘 알아들을 수 없으나, 손짓으로 보아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린 듯했다.

차창 밖에는 찬비까지 내리고 있는데, 작은 우산하나 달랑 들고 있는 아이가 목적지를 점점 벗어나고 있으니 보는 사람이 더 몸이 달 지경이었다. 한 발짝이라도 더 가기 전에 내려주어야 할 형편이건만 버스 기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내달리고만 있었다. 차 안이 술렁거리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었다. 앞쪽에 나란히 앉은 할머니 두 분은 얼굴을 찌푸리며 수군거렸다.

와 저카노?”

참말로 벨 일이제.”

기사는 개의치 않고 한참을 더 달리더니 마을 하나를 지나서야 덜커덩 차를 세웠다. 잔뜩 겁먹은 아이 얼굴을 바라보는 승객들은 더 딱한 심정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 아이를 혼자 보낼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객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들은 척도하지 않던 기사는 말없이 일어서더니 아이의 손목을 덥석 잡고 차에서 내려갔다. 마침 마주 오는 버스를 세워 아이를 태워주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버스를 옮겨 탄 아이는 금방 생글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할머니들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났고, 다른 승객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할머니가 웃으며 기사를 나무랐다.

마 글타카믄, 진즉에 글타캐야제.”

웃음 가득 실은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여전히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른제목: 와 저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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